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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네 번째 크리스마스 이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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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udio 작성일23-05-16 14:03 조회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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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네 번째 크리스마스 이브에



눈을 감고 가만히 보아요
솔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만질 수 있어요

하얀 달빛이 춥고
어두운 겨울 밤하늘을
밝게 비추고요

당신이 보내 온
황금빛 비단 보따리를 곁에 두고
물을 길러 산을 넘었지요

별들이 총총한
당우리 모양길 위엔 억새풀단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지요

황소만한 고양이는
들쥐들에게 추위보다도
강력하고 무섭게 다가가고요

예민한 아롱이는
한결 부드러운 아이의
눈빛을 가져가요

영하 18도를 훌쩍 넘는 자정
아뜰리에에는 고요의 친구와
만날 수 있어요

눈을 감고 가만히 보아요
황금빛 보따리 위에 산비둘기 한 쌍이
날아와 앉아요

헤어지는 친구들의 눈망울에
별들이 빛나고 갈대를 흔드는 바람은
아직 찬 기운을 머금고 있어요

날이 가고 해가 떨어지면
먼 옛날 살던 고향하늘 빛깔을
떠올려보지요

경사진 언덕 아래
솔가지 사이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히 모여 있어요

그 자리에 시원스레 단장한
아스팔트길이 보이네요
소나무 숲은 사라졌어요

어여쁜 노래를 하는
토실한 참새들도
오늘 보이지 않네요

마흔네 살에 보이는 산과 들은 아직 외롭지 않고
넝쿨장미 향기 가득한 마을 중앙에 서서
내 눈은 아직 파란하늘 저편을 보고 싶어 해요

뭉게구름이 닿아 있는 초록풀밭에 누워
나그네라는 사실에 눈물을 흘려도 보아요
황금빛 보따리에 가벼운 날개가 올라오고요

어두운 터널 끝이 보여요
하얀 솜사탕처럼 밝아오는 달콤한 빛이
내 몸을 향해 오고 있어요

잊기로 했던 옛 추억조차도
오늘 다르게 보여요 내 마음 깊은 곳에
당신을 그리워하면서요


2012 12. 24.
마흔 네 번째 크리스마스 이브에


No.: 203, Read: 36, Vote: 0, 2013/02/06 20: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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