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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지나쳐 버린 일들을 기억해 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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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udio 작성일23-05-16 14:02 조회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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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지나쳐 버린 일들을 기억해 보는 시간

미처 지나쳐 버린 일들을 기억해 보는 시간은
늦은 밤, 노란 스탠드 아래 이 같이 하얀 종이를
마주대하는 조용한 시간대이다.

오늘은 삿갓봉을 올랐지,
그리고 어제 처음으로 발견한 이웃 마을의
낯선 길을 향해 자전거를 끌고 나섰지
다니던 길을 벗어나 또 포장이 된 다른 길을 따라 가다보니
울창한 숲이 나온다.

얼음 아래 돌돌 소리가 나는 시내를 건너
묘들과 짙은 초록의 향나무들과 원만한 언덕들이
불쑥 불쑥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공기는 차지만 상쾌하고, 바람은 없고,
하늘은 맑아 내 마음이 간만에 소풍을 나온 것을
알았는지 콧노래가 들린다.

떼를 지어 마른 나뭇가지와 갈대들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작은 참새들이 귀엽고,
작다란 메타세콰이어와 토끼장 속의 살찐 토끼들,
개장에 아롱이를 닮은 백구의 날씬한 다리와 꼬리가
저녁나절 내 눈 속으로 들어와 작업 후 하루의 피로를 풀어준다.

작은 산꼭대기까지 포장이 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기에는 힘에 부치지 않았지만
정상까지 30미터 남기고 자전거에서 내려 양손으로 자전거 손잡이를 끌고 올라가야만했다.
오르는 길옆엔 조각보처럼 나눠진 밭들이 계단식 논처럼 있고 어떤 밭은 가장자리로
검정색 그물을 담장처럼 쳐 놓았다.
아마도 노루와 짓궂은 멧돼지 식구들을 멀리하고 싶은 땅 주인의 표현인 것 같다.

2012년 12월 1일이 시작된다.
잠이 온다.
새벽 한 시를 넘어가는 시계를 본다.

2012. 12. 01




No.: 202, Read: 48, Vote: 0, 2012/12/27 01: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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