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5월 까만 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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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udio 작성일22-04-05 18:01 조회1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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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까만 밤하늘

별 다섯 노랑 달님 하나

나와 달려있다



물댄 논이

호수처럼 넓은데

밤 하늘이 들어가 앉아있다



들어가 앉아있는 애들이

또 있는데... 개구리들

늦은 밤이지만 살아있다고

노래한다고 재잘댄다



흔들리는 살구잎파리에

놀란 아롱인 슬쩍 짖여대고

하루살이 창문철망에

다시 드리댄다



5월 까만 밤하늘

엄마별과 아가별이

있을 법한 고요함이

내 아뜰리에로 날아온다



멀리서 들리던 쏘쩍이가

바로 산 아래 아름드리 밤나무

가지에 앉아 울어댄다



논 가득

하얀 달빛이

내려온다

앞산 달빛 그림자가

호수 같은 물댄 논 위를

걸어온다



철퍽철퍽

개굴개굴

소쩍소쩍

멍멍멍멍



5월의 푸른 산들 위로

노랑 안개가 올라온다

바람의 형태를 알게하는

송홧가루 춤이다



작업실 지붕에

자전거 안장에

수도꼭지에

아롱이 집 위에

노랑 가루가 소복하다



5월의 낮과 밤

노랗고 까만 그림이

내게로 온다

호수 위를 걸어서 온다

물댄 논 위를 걸어서 오는

즐거운 그림들...



지나간 시절의 작은 꿈들이

그리움 속에 걸어온다

백발의 노인이

바싹 마른 아이 하나

보리단 높이 싣고 가는

달구지가 지나간다



하얀 붕대가

발목을 동여 맨다

가벼운듯했지만

그 무게는 상상을 초월했던

보리단의 어린 추억

하마터면 큰일 날번했지



엉엉 울던 아이

노랑 마루 가득

동네 아이들 가득

빨간약 바르시던

파마머리 어머니

어머니 까만 눈동자 속에

울고 있는 나를 본다



5월 까만 밤

밤새들이 노래한다

깊어가는 밤

그리운 시절이

저기 금당천 아래로

지나간다





2012 . 5 . 8

5월 어느 까만 밤, 모양길 아뜰리에






No.: 183, Read: 39, Vote: 0, 2012/05/09 00: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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