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가을 대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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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udio 작성일21-02-06 00:18 조회4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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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대운동회







호르라기 소리가 하얀 운동장을 가로지른다.

청군은 이 쪽에 백군은 저 쪽에서 상대의 깃발을 향해 돌진한다.

무성한 먼지 틈 속에서 이런 저런 비명소리가 뒤범벅된다.

백기를 빼앗은 청군의 사기가 파란 하늘을 찌른다.




뒤이어 바로 5,6학년 덤브링 게임이 시작된다.

"ㄱ"자형,"ㅁ"자형,... 3인조, 5인조가 호각소리에

맞추어 각기 다른 특이한 형태를 만들 때면 스탠드와

나무아래의 구경꾼들은 환호의 박수를 치며

"철수가 저기 있네. 영수가 저기 있구나!"하며 자녀들의

모습에 서로들 대견스럽게 생각하며 가을 대운동회는 그 절정에 이른다.




담임 선생님의 손을 잡고 달리는 순이와 엄마를 찾지 못해

이모와 함께 결승선을 끈는 태식이... 하늘 가득 만국기가

펄럭거리고, ~와 ~와하고 터져나오는 함성소리는 운동장을 가득 메운다.

향나무 담장 사이로 지나던 객들의 얼굴이 귀여운 햇 알밤 처럼 동그랗게

매달려있다.




국민체조를 하고 교문 밖으로 나올 때면 운동장 바닥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함께 가자고 야단이다. 출출해진 온 가족이 당연히 향하는 곳은 짜장면집...

큰 다리와 작은 다리를 건너 느티나무 밑을 걸을 때 쯤이면 막내인 나는 엄마의

등에 엎여 잠에 든다. 형들은 내일 모래 소풍에 대해 얘기하느라 바쁘다.




호르라기 소리가 지금도 저 파랗고 높은 하늘 사이로 생생하게 기억되어

들리는것 같다.


2001.9.11. dukki



No.: 15, Read: 31, Vote: 0, 2005/01/04 14: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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