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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벌리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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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udio 작성일21-06-17 20:56 조회2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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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가 보이는 풍경 91 x 116.8cm acrylic on canvas 2008 김덕기 作[부분]



입 벌리라한다


따스한 봄바람이 속삭이듯 우리들의 마음에
세상의 아름다움에 조용히 침잠하기를 권한다.

부드러운 곡선과 둥근원, ... 각진 모양의 집까지도
내 그림 속에서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행복한 노래들로
바뀐다.

첫번째 맞이하는 이 곳 당우리의 가을 단풍나무에
빨갛게 물이 올랐다. 줄기와 잎사귀에 수줍은 듯 붉게
물들어가는 나무도 올 여름에 이사온 아이다.
죽지않고 잘 자라준다.

건조한 바람이 유난했던 올 가을, 가을 가뭄이
어제와 오늘의 단비로 어느 정도 해갈 된 듯
하다. 런던과 파리에 다녀와서 작업실 방문을 하니
작업실 근처의 논에 심기어진 벼들이 베어져 볏단과
거름으로만 남아 있다. 누런 황금 빛 벌판이 그립니다.
그러나 빈 논의 풍경도 나쁘지 않다.

지난 해
빈 논일 때 여길 처음 찾았는데 10월 24일, 오늘
지난해 오늘을 생각 해 보면
나는 무엇엔가 이끌린 게 분명하다.
하고 있던 일이 싫어서가 아니고,
막연한 기대 같은 것에 이끌린 것도 아닌 화가로서
그림 그리기에 필요한 환경을 나는 원했던 것이다.

우거진 느티나무와 뒷산의 멋진 단풍이 보이는 풍경이 기억난다.
텅빈 공장 두 동과 작은 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 집에서 나는 지금 잠을 자고 공장 두 동에서는 그림을 그린다.

바람

바다
사마귀
안경
소나기
당우리 이웃
제주도
풍선
물감냄새
뻐꾸기 소리
과꽃
노을 속으로 사라지는 외가리들
여름
화방
택시
의원님
여행
라면
북경
기도
해바라기
새벽 닭
그리움

터미날
까만 배낭
거미
사랑
tv
비행기
개울
연선

컴퓨터
런던
스켓치 북
선물
커피우유
입냄새
우물가
햇반
커피
호랑나비
눈물
친구
LPG
아들 의진
글라디올러스
발리
덕기 스튜디오
무지개
잠자리
상추
..
..
..


여러 과정을 거쳐 일년을 맞이한다.
감사한 마음이 가득 넘친다.

아내의 나에 대한 믿음과 나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그 눈빛들이 오늘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어제 저녁 아내가 잘 익은 감과 사과을 시장서 사가지고 와
식탁 위 바구니에 탐스럽게 올려 놓았다.
새벽 닭들이 울기 전, 나는 감사한다.

이 시간
지난 일 년 간을 가장 좋은 것들로 가득하게
하신 이에게 두손 고이 모아 감사드린다.

스튜디오의 유실수
감나무에 감들이 주렁 주렁 탐스러운을 뽐내며
열려 있다.

입 벌리라한다.




No.: 132, Read: 100, Vote: 0, 2008/10/24 22: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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