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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차안에서 잠이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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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tudio 작성일21-02-06 00:13 조회5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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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차안에서 잠이 들다.




오늘은 아들이 잠이 잘 오지 안나보다. 안아달라고 하고,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잠을 청하려 한다. 이미 서늘해진 밤공기. 다시 들어온다. 그러나 다시 나가자고 한다. 작은 이불로 아들을 감싸 안는다. 밖으로 나간다. 바람이 분다. 아들에게 "우리 차안에 들어가 잠잘까?"라고 말한다. 가슴에 아들을 품고 뒷좌석자리에 앉는다. 아주 조용하고 아늑한 차 속의 환경이 잠을 청하기에 적당했는지 아무런 반응 없이 눈을 감고 아들은 도롱도롱 코를 곤다. 나 또한 뒷좌석에 무거운 머리를 뒤로하고 조심스레 아들이 깰까 눈을 감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아들과 함께 코를 골며 자동차 안에서 자고 있는 것을 알아챈다. 바람에 춤을 추듯 흔들리는 무성한 나뭇잎들이 가로등을 간질이고, 보름달은 아파트 옥상 위에 걸려있다. 한대의 제법 쌀쌀한 기온을 느끼며 아들을 다시 안고 집안으로 들어온다. 자정을 넘긴지 오래다. 아들의 몸이 땀으로 데워있다. 아주 깊게 잠이 든 아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30년 전의 나와 나의 아버지를 본다.




'아버지와 아들' 이 관계는 연속 혹은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여러 이미지들로 나의 마음을 슬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한다. 포도알맹이 같이 까맣고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의 눈동자를 응시하노라면 그 속에 묻혀있는 내 유년시절의 나와 나를 낳아 주신 나의 아버지를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아련하고 투명한 잔상으로 내게로 날아와 마음을 노크하고, 나의 마음은 어느덧 작고 소중한 이미지들과 그 잔상에 옷을 입히고 집을 지어 들어가 앉게 한다. 편안한 휴식과 평안한 쉼이 어둡고 위태로운 혹은 불안한 느낌보다는 내게 쉼을 주는 내 고향의 향기가 나는 나무와 푸른 언덕과 강줄기 그리고 아름다운 노을과 초록 별빛, 차고 신선한 공기를 그림의 화면에 담으려 한다. 오늘과 오늘에서 되돌아본 추억 속의 따뜻한 감정과 느낌을 담아두고 싶어서이다. 오늘이 지나면 잡을 수 없는 좋은 감정을 어제의 추억으로만 바라 볼 수밖에 없다.




식탁에 모여 앉은 가족들. 날마다 마주한다. 집 안과 밖을 번갈아 왔다갔다한다. 분주한 일도 중요한 일도 집에 와서는 우산을 접듯 접게 한다. 그것이 집이고 가족이다. 그 안에는 달콤한 사랑도 있고, 위로가 있으며 쓴 시련도 있다. 험준한 산을 넘어야 할 시기도 있게 마련인데 어제로 간 오늘을 돌아보면 감사한 마음이 대부분이다. 부모님의 영면(永眠)은 작은 내게 기막히게 큰 산이 되어 나를 슬프게 했지만 나의 상실의 시기에 엄청나게 큰 사랑을 나는 만난다. 부모님들과 함께 했던 생의 일부분의 느낌과 감정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나를 채우게 하며, 아쉽고 서운했던 기억도 가끔 내게로 와 인사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내게는 작은 연민과 고운 빛의 노래로 발견될 뿐이다.




일상의 이미지, 신과 사람, 자연과 사람, 아버지와 아들, 부부, 아내와 남편,.......이런 수많은 관계 위에 사랑, 행복, 기쁨, 슬픔, 고독, 평안, 거짓 등의 여러 상대적 가치가 관계 진행중에 뿜어 나오게 된다. 이 때 나는 가족의 이야기를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이야기로 평범하게 바라보면서 혹은 생각하면서 서로 돌아보며 인생의 한 때를 함께 걷기를 제안하는 마음으로 그림 그리기에 임한다. 싱그러운 봄날 아니 요즘처럼 낙엽 떨어지는 가을날에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동물원으로 나들이를 가는 부부의 모습은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는 않다. 그러나 그 당사자들이나 지켜보는 사람들은 조금의 여유와 쉼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의 한 때를 최선의 방법으로 그려 가는 것일 게다. 삶은 이처럼 내게 말을 걸어 온다. 함께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 먼 길을 걷다가 지쳐 힘들다며 어려워하고 지쳐있으면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를 보여주며 쉬어가라고 손짓하며 다가선다. 삶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가족 안에는 너의 인생이 있다"고. 나는 인생을 기록하듯 그려간다. 낙엽지는 가을을 지나, 눈 내리는 겨울을 건너 꽃피는 봄날을 노래한다. 여름의 따가운 태양 아래서의 삶을 노래한다. 우리를 위로하며 강하게 하는 사랑 안에서...




김덕기



No.: 11, Read: 45, Vote: 0, 2005/01/04 14: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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